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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자유

직장인 석사 학위, 딸까 말까? 딸 거라면 반드시 직장은 다니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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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loe, 나 고민 상담하고 싶은 게 있어. 석사학위 프로그램 등록해서 1학기가 지났는데 직장과 병행하기 너무 힘들어서 직장 그만 두고 대학원에 올인할까 생각 중이야. 어떻게 생각해?"

 

 

친한 언니에게서 위와 같은 카톡 메시지를 받았을 때 내 머릿속에 떠오른 단 하나의 생각은 

 

"말려야 한다!"

 

였다. 

 

 

언니와의 카톡 메시지를 재구성한다고 생각하고, 편한 말투로 작성해 보겠다. 

 

 

언니의 상황은 다음과 같았다. 

 

0. 지금 직장과 관련성이 높지만 취직을 보장하기는 어려운 전공, 하지만 나는 공부 자체가 재미있어서 나중에 박사 학위 따고 싶은 생각도 있고, 무엇보다 직장과 병행하기가 너무 힘들어!

 

- 지금 직장이 너도 알다시피 워라밸이 나쁘지 않고 안정적이잖아? 그런데 생각보다 기술적인 지식이 많이 필요하고 전문성도 필요한 분야더라고. 분야 자체의 전망은 나쁘지 않다고 보고 있고, 그래서 모교 대학원의 관련 석사 프로그램에 지원해서 이번에 1학기를 보냈어. 

 

- 공부는 워낙 분야 자체가 흥미롭고 나 스스로도 공부를 좋아하는 편이라서 무척 재미있어. 나중에 비슷한 분야로 박사 학위를 따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야. 

 

- 그런데 모교 대학원이 직장인을 위한 석사 프로그램을 따로 마련해놓질 않아서 저녁 수업으로 몰아서 신청해도 필요한 수업을 다 수강하려면 매번 연차를 쓰거나, 대체 과제를 써야 해.

 

- 그러다 보니까 직장 상사 분께도 죄송하고 교수님께도 매번 양해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 돼 버렸어. 정신적으로 힘들고 지쳐. 

 

- 내가 다니는 직장이 아무리 워라밸이 좋다지만 업무가 아주 없고 한가한 곳은 아니거든. 내가 연차가 쌓이다 보니 점점 나한테 업무가 몰리기도 하고, 업무 난이도도 높아져서 석사 프로그램과 병행하려니 주말도 쉬지 못하고 점점 번아웃이 되어가고 있어. 

 

- 그래서 말인데 아예 직장을 쉬고 석사 학위에 전념하는 건 어떨까??

 

 

 

1. 언니, 석사 나온 다음에 취직 다시 어떻게 하려고? 

 

- 현실적으로 말해줄게. 언니가 가려는 석사 학위 프로그램이 만약에 MBA나 로스쿨처럼 확실히 졸업 이후에 취업이 보장되는 프로그램이면 또 모르겠어. 그런데 그런 프로페셔널 석사 학위도 아니고 심지어 문과 쪽이잖아? 언니 그러면 취직하기 정말 힘들어. 

 

- 내가 예전에 다녔던 석사 학위 프로그램 기억해? 나는 정말 운 좋게도 직장에서 보내주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다녀올 수 있었지만, 그 석사 학위 딴 내 동기들 다 제대로 취직 못 하더라, 그 똑똑한 친구들도!

 

- 석사학위 기껏 따놓고 다시 로스쿨 가거나, 박사학위 가기 위한 발판으로 삼거나, 아니면 원래 좋은 직장 다니던 친구들이 와서 그 다음에 분야를 아예 바꿔서 이직하더라고. 

 

- 언니가 만약에 다른 분야로 가려는 거라면 모르겠는데, 어차피 석사 학위를 하고 있는 분야에서는 언니가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이 무척 좋은 곳에 속하고, 석사 학위를 한다고 해서 더 나은 직장에 갈 수 있을 거라는 보장이 없어 보여!

 

 

2. 언니, 지금 직장에 다니면서 석사학위까지 딸 수 있으면 그 시너지가 너무 좋아! 

 

- 언니가 직장에 다닌 기간이 3년 남짓 됐어. 물론 언니가 그 직장을 다닌 경력과 함께 석사학위가 있는 것만으로도 그 시너지가 클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언니가 직장을 그만 둔 상태에서 석사학위를 딴다면 언니는 수많은 다른 대학원생과 차별화되기가 어려울 거야. 

 

- 그런데 언니가 그 직장에 계속 다니는 상황에서 석사학위까지 보유할 수 있다면 언니는 그냥 대학원생이 아니고 그 직장에 다니는 시니어면서 석사학위까지 갖춘 사람이 되는 거야! 

 

- 그렇게 되면 언니가 다른 곳에 이직을 하든, 박사학위를 하든, 훨씬 몸값 올려가면서 갈 수 있을 거야. 

 

 

3. 언니, 직장 눈치 볼 것 없고 이름만 걸어놔도 돼, 일은 조금 덜 열심히 해!

 

- 언니 직장에서 연차 쓰기 눈치 보인다고 했지? 직장 일과 학교 생활과 병행하느라고 너무 힘들다고 했지?

 

- 직장에서는 오히려 힘을 빼는 게 맞아! 특히 언니가 다니는 직장처럼 워라밸 좋고 정년까지 보장되는 직장에서는 더더욱. 언니가 일 더 열심히 잘 해서 인정 받는다고 뭐가 달라져? 승진이 빨라? 연봉이 높아? 아니잖아! 

 

- 이렇게 말하면 조금 잔인하게 들릴 수는 있겠지만 그런 직장에서는 열심히 일하면 일할수록 손해보는 구조야. 

 

- 그리고 언니가 최대한 덜 열심히 일하려고 노력해도, 언니 주변의 다른 동료들보다는 여전히 훨씬 열심히 일하는 수준일걸?

 

- 나는 직장을 그만 두지는 않으면서 최대한 이용하라고 말하고 싶어. 휴직을 하든 연차를 매주 내든 상사와 동료한테 모두 욕을 먹든 그건 상관없고 최대한 오랫동안 붙어있는 게 중요하다고 봐. 

 

 

 

 

 

 

나는 여러 가지 사례를 들어가면서, 그리고 내가 아는 다른 직장과 석사 과정을 병행하는 친구에게도 조언을 구하면서 간곡하게 직장을 그만두지 말라고 언니를 설득했다.

 

결론적으로 언니는 직장을 그만 두지 않았고, 휴직 대신 연차를 무수히 써가면서 석사과정을 무사히 수료할 수 있었다. 물론 상사로부터 눈칫밥을 먹었지만 그래도 석사 학위와 직장 경력이 남았다. 그 외에 더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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